[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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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제임스성경 유일주의와 명품 번역성경(7)
킹제임스 성경은 대단히 훌륭한 영어성경이다. 영어성경이라는 점에서, 즉 고대 히브리어 구약성경과 고대 코이네 헬라어 성경이 아닌, 번역성경이라는 점에서 매우 탁월한 영어성경이다. 하지만 KJV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기에, 여러 개정판본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킹제임스 성경은 훌륭한다"라는 명제는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19세기 영어판본을 사용하더라도 이미 17세기 초의, 원본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19세기판 "킹제임스 영어성경"이 훌륭하다고 하든지 "1611년판, 초판본 킹제임스 영어성경"이 훌륭하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19세기 영어 개정본"을 읽으면서 1611년판 원판 킹제임스 영어성경이 훌륭하다고 말한다는 것은 분명히 어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611년판 킹제임스 영어성경이든 19세기 개정본이든, 일단 "한글"로 번역을 하고 그것을 "흠정역"이라고 이름 붙이든 "표준역"이라고 이름 붙이든 그 이름과는 상관없이, 킹제임스 영어성경의 문장들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20세기에 한글교육을 받고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의 언어 문제에 매우 깊숙하게 관련을 맺은 물건이 되어 있다.
영어는 매우 복잡한 언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는 "영국"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상, "영국"이라는 나라는 없다. 아직도 서로 다른 4개 왕국의 연합왕국이다. 이 4개 왕국 가운데 "잉글랜드" 왕국의 언어가 "잉글리쉬"라고 하지만 잉글랜드 왕국 내에서도 어떤 지역이나 사람들을 정해서 "표준적 잉글리쉬"라고 정하기 어렵다.
잉글랜드 왕국 자체도 많은 "백작영" 즉, "카운티"들의 연합체다. 오늘날의 영어는 그리스어, 코이네 헬라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의 언어의 혼합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점은, 영어성경의 원판인 고대 히브리어(맛소라 사본)과 고대 코이네 헬라어 신약성경 사본에서 사용된 문장들과 어느 정도 맥락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실제 의미가 어떻든 간에, "단어 대 단어"라는 개념이 약간의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세부적으로 보면, 영어문장의 문법구조와 고대 히브리어 및 코이네 헬라어의 문법구조에 갭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성경의 문장에 그대로 맞춰, 영어 단어를 배열하면, 비록 오늘날 영어문법에 어긋나도라도 어떻게든 무슨 말인지 그 뜻을 알 수는 있다. 영어를 비롯한 유럽 각 언어의 문법에 어느 정도씩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글로 번역내 놓으면 이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문장 구조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예를 들면, 신약성경 헬라어 "둘로스"를 영어성경에서는 "slave"와 "servant" 두 단어를 사용하여 번역하였지만, 실제 의미는 "slave"가 더 정확하다. 그런데 한글성경에서는 하나같이 "종"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이는 의도적으로 왜곡한 번역이다. "종"(從)이라는 단어의 개념은 "추종하다"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제자" 혹은 "배움을 받아들여 본 받는 사람"이라는 개념까지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
반면에, slave의 정확한 번역어인 노비(奴婢)라는 단어를 좋게 받아들일 조선시대 사람들은 없다. "도망쳤던 노비"을 그 주인에게 돌려보내면서 더이상 종이 아니라 주 안에서 형제로 받아들이라는 교훈을 사회윤리로 받아들이기란 거의 불가능한 사회였다.
개역한글판이 20세기 중반에, 그 이전의 한글성경의 "번역"을 개정한 것인데, 이를 20세기가 끝날 즈음에 전면적으로 개정한 것이 "개역개정" 판이다. 이 개역개정판을 지금 즉, 21세기에 읽으면서, 21세기에 번역출간된 "킹제임스에서 한글로 번역한 성경"과 비교하면서, "킹제임스 영어성경"의 우수성을 전제한 바탕 위에 "개역한글성경"과 "개역개정 한글성경"의 번역이 조악하다고 힐난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명품이 아닌 다른 것들에 비해 조금 더 나을 뿐이다. 명품을 명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그 요소들을 갖추는데는 상당한, 때로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1611년 KJV을 출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말하자면 "잉글랜드 왕국의 국력과, 국가적 지성"을 기울였다. 탁월한 학자가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한 권의 책을 인쇄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이전 수백년에 걸친, 순교의 피와 대를 잇는,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고난을 감수한 결실이다. 명품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개역한글 성경에 대한 비판 가운데 중요한 것은 "읽기가 어려운 난해한 문장"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그 문장에 "한자"가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어쩔 수 없다. 한글은 표음문자다. 그러므로 그 정확한 개념을 담은 "단어"는 거의 대부분 "외국어" 혹은 "외래어"이다. 더군다나 20세기 말부터는 "한자"를 학교교과 과정에서 배제하고, 지금은 국한문을 병기하지도 않고, 순한글로만 읽고 쓰기를 배운다. 반면에, 영어교육 특히, 읽고 대화하기를 중심으로 영어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다 시피 하니, 개역한글-개역개정 한글성경보다 영어성경이 읽을 때 그 뜻이 분명해진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갭과 어려움을 한글과 영어 그 문장구조와 표현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사본"의 문제, 나아가서는 번역자들의 영성 때문이라고 거짓 선전을 하는 것이, 내가 볼 때는 소위 "킹제임스성경 유일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의 선전선동이다.
킹제임스 유일주의에 동조를 하고, 개역한글-개역개정한글 성경을 경시하기 시작할 때, 우리들의 뇌 즉, 사고방식에 심각한 문제에 빠진다는 점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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