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반도는 과연 일본의 방파제
주일 미 육군 사령관이 우리가 늘상 보는 지도가 아닌, 저렇게 거꾸로 된 지도를 보면서 작전을 구상할 리가 없다고 본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도는 미국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만든 지도체계가 아니다. 우리의 지도제작 방식은 실제로는 '미국식'이기 때문에, 주일미군이든 미국 본토의 미국군대이든 우리와 똑같은 지도를 볼 것이다.
주일 미 육군 사령관이 우리에게 보란 듯이, 단박에 이해시키기 위해, 저렇게 지도를 거꾸로 걸어놓은 것이다. 그 덕분에 2가지 사실이 아주 또렷하게 드러난다.
첫째, 주일 미 육군 사령관 입장에서는 '한반도' 특히 대한민국의 안보보다는 일본의 안보가 중차대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는 러시아보다는 중국을 대단히 큰 위협으로 본다는 사실이다. 즉, 주한미군 사령관이라면 당연히 한국의 안보를 중심으로 중국의 위협과 북한이 위협을 놓고, 한국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고민해야 마땅하겠지만, 주일 미군 사령관이니 자신의 임무 영역인 일본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 점을 확실히 드러난다.
둘째, 지도를 저렇게 걸어놓으니, 주일 미군 사령관 입장에서는 중국을 침략할 일이 당연히 없을테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쪽은 중국의 위협이다. 북경과 산동반도, 그리고 상해를 잇는, 중국의 가장 발전된 해안지방을 고려하면, 그 발전된 중국의 정면에, 그리고 일본과의 사이에 '한반도'가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타격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 전진 방어선과도 같은 한반도가 무사할 리가 없다.
저 미군 사령관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가장 중시해야할 지점은 다른 곳이 아닌 "한반도"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집중했을 것이다. 한반도가 평화로울 때 동북아 전체가 평화로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쇠약하거나 중국 쪽에 기울어지면, 일본의 안전은 보장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일본의 안보는 한국의 강한 국력에 거의 전적으로 좌우된다고 말할 것이다. 일본이 모든 면에서 자력으로 중국을 압도할 힘이 있다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은 대단히 고단하고 괴롭고 힘이 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자력으로 중국을 견제할 힘이 없다. 일본 극우파는 이런 상황에서 자국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이고 한국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여, 그 모든 힘을 일본의 힘으로 만들 생각을 하는, 그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지금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수뇌부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태평양 방면 전체의 전략에서, 동북아라고는 하나의 전구전략으로 구획하고 있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방식을 바꿨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태평양 서쪽 방면의 전략을 "중국 봉쇄"라는 차원에서 구상할 때나 나올 수 있는 용어이다.
그런데 위의 지도, 주일 미 육군 사령관의 뒤에 걸려 있는 지도에는 "인도-인도양"이 나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대만(타이완)까지만 나온다. 인도-인도양에서 무슨 무력충돌이 벌어지든 주일미군, 주한미군의 작전범위와 크게 상관이 없다. 대한민국 군대가 인도-인도양에서 군사력을 투사하고 전투를 벌임으로써, 한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이다.
저 거꾸로 걸린 지도를 보니, 한국의 독자적 국력과 군사력이 한반도의 안정에 결정적이며, 동북아 정세에 얼마나 중요한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정말이지,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하나님 이외에는 어떤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의지하여 스스로 설 수 있고,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민족, 그런 나라를 이뤄야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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