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는 것을 겁내는 목사
욕 먹을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많이 들었다. '욕'은 욕하는 사람의 분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악담과 저주를 포함할테니, 어떤 이유로든 욕을 먹는 것이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욕을 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욕을 해서라도 '원한'을 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다.
욕 먹을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을 다른 말로 바꾸자면, 원수를 만들지 말라는 말이 된다. 여기에 화무십일홍 혹은, 권불십년, 혹은 세상은 돌고 돈다는 '원리'(?)를 덧붙여 생각하면, 대단히 놀라운,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처세훈이 등장한다.
성공한 목사들 가운데, 남이 들어서 상처가 되지 않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네가 틀렸다는 지적을 절대로 하지 않기도 하고, 어떤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지 않기도 한다.
이 행동원칙 혹은 처세훈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할까? 성경에 "비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라는 식의 교훈이 있으니, 욕 먹을 짓을 하지 말라는 처세훈은 성경적인 것일까?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있다. 성경적으로 볼 때, 비판을 받는 것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비판을 받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일까? 어떤 것이 진짜 좋은 것일까? 좀 더 노골적이고 거친 질문으로 바꾸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될 것이다.
비판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성숙한 신자의 마음일까? 아니면, 비판을 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마음이 성경적이며 성숙한 신자의 자세일까?
사람들은 비판을 싫어한다. '비판'은 상처를 주는 말일 때가 많다. 비판은 쓰리고 아픈 생채기를 확 잡아뜯어 다시 피가 나도록 만드는 것일 때가 많다. 그래서 비판을 받는 것은 타인에 의해 고통을 강요당하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원죄의 죄성을 짊어지고 그 부패를 본성에 물들인 채 태어나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기에 모든 성장, 모든 성숙은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고, 고통이 없는 성장이란 없다. 지금까지의 수준을 뛰어넘는 성장은 지독한 고통과 상처를 극복함으로써 얻는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패자들은 고통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에 짊어진 운명이다. 책 읽고 문제를 풀고, 지독하게 공부하는 과정 자체도 '고통'이다. 그래서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공부'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과정에 겪게 되는 고통, 모르는 문제들에 부짖혀 고민하고 궁구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이 싫은 것이다.
성적이 오를수록, 공부는 그만큼 더 고통스러워진다. 공부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해결해야 될 문제의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아지고, 문제를 푸는 능력을 길러가기는 그 만큼 더 힘들어진다.
실력이 낮은 사람이란 쉬운 문제에서 고통을 크게 느끼고 좌절감을 심하게 느껴서 포기하는 사람이다. 실력이 높은 사람은 그 실력의 높이만큼,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는 시간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비판을 피하려는 사람은 성장을 피하고, 남다른 창의적 결실을 맛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반면에 비판을 받되, 그 비판 속에서 자신의 한계점들, 실패 요인들을 분석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다시는 실패하지 않고 오히려 더 완전해지기 위해 자신의 뼈를 깎는 사람은 '성장'을 갈망하는 사람이고, 더 완전한 모습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보람된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성경은 어떤 사람을 원하는가? 성경이 보여주고 요구하는 성숙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모습의 사람이든 어떤 수준에 있는 사람이든, 예수의 형상을 간직하고 예수를 더욱 깊이 닮아져가는 사람에게서 반드시 갖춰야 할 중심적 가치는 무엇일까? "정의"가 아닐까 한다. 의로 인하여 핍박을 받아도, 그 의롭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하나님께서 가장 크게 칭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님의 진리를 그대로 실천하자면 "거룩한 정의"가 없으면 아니 될 것이다.
마태복음 5장에서도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6절),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10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20절)이라고 직접적으로 '의로움" 즉 정의를 언급한다. 간접적으로는, 마태복음 5장부터 여러 장에 걸쳐 "정의로움"을 요구한다. 그리고 정의로움으로 인해 핍박받고, 욕먹을 것을 감수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늘에 속한 지혜를 조금이라도 갖추면, 욕을 먹는 것 그 자체를 피하려고 해서는 결코, 성경적인 성도의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나쁜 사람의 나쁜 행위를 나쁘다고 말함으로써, 나쁜 사람의 나쁜 행위를 가로막음으로써, 그 나쁜 사람으로부터 욕을 먹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으로부터 칭찬과 복을 받는 길이라고 생각해야 마땅하다. 목사라면, 더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예수를 닮은 사람이라면 예수께서 바리새인들과 율법사들로부터 비판 받기를 두려워하지 아니하신 것처럼 그런 예수를 닮아가야 할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목사란 나쁜 사람들로부터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목사가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