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신자들은 '누가 종교를 결정하는??' 혹은 '교회의 주인이 누구인??'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러한 복잡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주제넘은 의문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심지어 목사들조차도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는다. 고민한 적도 없기 때문에 고민하는 방법도 모른다. 따라서 자신이 봉직하는 교회의 성도들에게 이 주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신자의 도리를 다함에 있어서,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부패에 있어서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생각하지도 않고 가르치지도 않기 때문에 마가복음 12:1-12 혹은 마태복음 21:33-46의 비유를 읽으면서 정작 주님께서 이 비유를 들려주신 목적을 망각하기 일쑤다. 이 비유를 제대로 읽으려면, 타국에 있는 주인이 자신의 수확물을 가져가기 위해 보낸 종들을 죽이고 심지어 주인의 아들 즉, 상속자까지 죽인 저 악한 농부들을 구경하는 독자의 입장이 아니라 악한 농부들의 입장으로 자신의 위치를 바꿔야 한다.
악한 농부들은 주인의 아들 즉, 유일한 상속자를 죽였다. 타국에 있는 주인이 자신들을 어떻게 처리할 도리가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한, 포도원을 불법으로 차지한 농부들은 부자가 되었다. 현실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서 권선징악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 비유의 목적을 간파하기 어렵게 만드는 교묘한 수법이기 때문이다.
이 비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를 원한다면, 비유 속에 등장하는 포도원을 '교회' 즉, 장로교회의 경우라면 각각의 '지교회'(local Church), 감리교회의 '개별교회' 혹은 침례교회의 '회중'(congregation, assembly)이라고 간주하면 된다.
이제 비유의 뜻은 명확해진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의 주님이시요 이 교회의 머리라고 고백한 교회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주권(主權)을 행사하시겠다면서 요구사항을 전해왔다. 그래서 농부들이 모여 쑥덕거렸다. 만일 다음과 같이 답한다면 악한 농부들이다 :
(1) 여기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이 교회(회중)의 모든 권세는 감독, 혹은 감리사에게 있고 우리는 어떤 것도 임의로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혹은,
(2) 당신이 우리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당신이 속한 노회로 돌아가 절차를 밟아 그 노회장 명의로 된 문서를 우리 노회에 보내시면 노회가 총회헌법과 노회법에 따라 결정을 하여 우리 당회에 통보하면 당회가 결정하는 대로 우리가 집행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규정된 법규에 어긋나거나 법규 개정 혹은 입법을 한 뒤에야 실천할 수 있습니다. 법대로 하셔야 합니다. 혹은,
(3) 당신의 요구를 집행하기 위해서 절차에 따라 교인총회를 소집해서 안건을 상정했는데, 안타깝게도 부결되었습니다. 교회의 뜻은 확실하게 정해졌습니다. 이 교회가 혹은 누구든 당신의 요구에 응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혹시 원하신다면, 차기 교인총히에서 당신의 요구를 다시 안건으로 상정해보기는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극단적인 수도 있는 이 세 가지 경우에서 무엇이 문제일까? 악한 농부들(악한 교회)와 좋은 농부들(좋은 교회)은 어디에서 차이가 날까?
다시 성경의 비유로 돌아가보자. 좋은 농부라면 처음 도착한 심부름꾼이 전달한 요구사항들과, 애초에 주인과 맺은 계약서를 나란히 놓고 이번 수확량의 규모, 작황을 확인한 뒤에 농부의 몫과 주인의 몫이 얼마만큼인지를 확인한 뒤에, 주인의 몫을 어떤 식으로 보낼지를 결정할 것이다.
다시 교회로 돌아가보자. 메시지를 받자 교회회의가 소집된다. 이때 모든 신자는 성경책과 교회법규 책자와 회의록을 지참하고 지정된 장소에 모인다. 의장석에는 가장 중요한 물건들이 이미 놓여 있다. 성경책, 교회법규 책자, 회의록, 교인명부가 그것들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성경책이다.
그 교회가 감리교회든 장로교회든 침례교회든 교단의 크기나 위상, 혹은 교인수에 의해 교회의 질이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개신교회는 '복음주의'이다. 성경의 가르침이 최고 유일의 권위를 갖는다고 믿고 실천하는 것이 복음주의다. '법(헌법, 헌장 혹은 노회법)대로 하라'라는 원칙보다도 '성경대로 하라'라는 원칙이 최고 유일한 권위를 갖는 교회가 좋은 교회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하라'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까지, 어떤 자세로 실천해왔느냐가 그 교회의 질과 수준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그 교회를 구성하는 교인들의 운명을 좌우한다.
성경의 하나님은 자신의 소유권을 포기한 적이 없으시다.
성경의 하나님은 자신의 영광을 피조물에게 양보하신 적도 없으시다.
타인의 물건을 불법적으로 차지한 도둑을 용서하신 적도 없으시다.
어떤 교회의 신앙고백 혹은 주장이 아니라 교회의 의사결정 방식, 의사결정 규칙, 그 전통, 그 행습이 그 교회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